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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방영 이후 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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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TH는 세컨드임팩트 회상장면부터 시작한다. 시간대가 뒤죽박죽이었던 대신 초점은 인물에 맞춰져 있었다.


사실 툭까놓고 말해 에반게리온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던 세대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나? 아마 대부분이 어둠의루트

 를 통해서 밖에 접할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광학매채, 즉 VCD의 화질

 은 이당시엔 그 급이 떨어지는 편이었고. 인터넷이 있었나 DVD가 있었나.

 그러다보니 무한복제의 전설이 되버린 복사 VHS를 통해서 접했으리라

 믿는다. 사실 VCD가 되었던 VHS가 되었던 어떤 루트던 간에 직수입이

 아닌 이상 정상적인 범위는 아니었을 터. 어쨋든 X-JAPN의 히데가 담배

 뻐끔뻐끔 피던 그 시절 국내는 일본문화 자체가 수입금지였음에도 이작품

 을 접했다는 사실은 그 열정이 참 대단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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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 서에선 등장하지 않아 아쉬웠던 장면

 

어렸을때 부터 일본 애니에 대한 어른들의 편견을 하도 많이 들어 왔던터라

 "일본 애니=봐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정도 자리 잡혀 있었다.

 아마 대부분의 20,30대들은 기억할 것이다. 비디오를 틀면 맨 처음에 나오는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일본 애니의 장면들.. 그 당시 드래곤볼 같은

 작품은 거의 성지에 가까웠고 심지어 드래곤볼을 봤다는 이유만으로도

 체벌을 받는 것이 그당시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지만 참 부질 없

 는 생각이었달까. 때때로 학교 선생님들은 오락실을 순회하며 '스트리트 파

 이터2'를 하는 학생들을 잡아가기도 했었다.(나도 잡혀서 반성문을 쓴 기억

 이 있다.) 이런 와중에 원어로 샬라거리며 누가 해석했는지 출처가 불명인 한

 글 자막 '에반게리온'을 봤다는 것이 특수라고 쳐주자.

 이 작품의 무엇이 우리를 맛가게 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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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이나 화음같은 장치도 세기말 주제에선 많이 쓰인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작품은 시기를 참 잘 만났다.

 첫째로 로봇물이 하향세를 타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거대 로봇물이 나온다고 했을때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히

 기대쪽으로 쏠리게 된다.


 둘째로 기존이 로봇물과는 전혀 다른 코드가 들어있었다.

 즉 우리의 기본적인 통념자체를 많이 깨버린 요소가 상당히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그 당시 세기말에 대한 풍조도 어느정도 한몫했다고 본다.


 에반게리온에선 '최초'라고 표현할 만한 것들이 많다.

 최초의 심야 방영 애니메이션, 최초의 PG개념. 사실 굉장히 많지만

 기억나는건 이정도 밖에 없군 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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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소 한방에 맛이 간 청소년들이 많았다.

 

에반게리온은 미소년, 미소년 캐릭터를 도입한 것도 꽤 이슈가 되었는데 '아야나미 레이'같은 캐릭터는

거의 90년대를 풍미하다 시피한 캐릭터였고 기존의 히로인에 대한 통념을 갈아엎다시피 하였다.

지금이야 미형 캐릭터들의 도입은 일본 애니계에선 일반적인 일이지만 사실 그 시초는 에반게리온이었다는 사실.

또 애니메이션 관련상품으로도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또한

에반게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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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들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았다.

 

에반게리온의 본바탕은 '거대로봇물'이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상당히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었다.

박력넘치는 전투장면 또한 상당한 볼거리 였지만 사실 그런것보다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뉘앙스 깊은 말한마디 한마디가 작품의 몰입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작중의 대화 한마디로도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여백의 미를 남긴다고 해야 하나?

직설적인 풀이보다는 그것을 풀어나가는 영상적 화법이 상당히 우수한 작품이었다.

 일상 판타지가 가볍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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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루는 신지가 먼저 다가가 마음을 열었던 유일한 존재였다.

 

신지를 볼때 소년의 성장기로선 그 결과가 상당히 참담하지만..

그런데 정말 신지가 '찌질이'소리를 들을 정도로 암울한 놈인가? 또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일단 신지는 아버지의 부름에 응했다. 작중 대화에서도 "필요해서 부른것 아니냐"라고 했으니

최소한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이 제3신도쿄시에 올때까지는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면 아버지와 다시 합치는 것도 생각한 듯.

'고슴도치 딜레마'를 극복할 즈음에 토우지나 켄스케가 다시금 신지곁을 떠나버리는 등 마음을 닫을 만한

이유가 설득력이 있지 않은가. 애초에 평범한 중학생이 거대로봇을 조종하며 인류의 대변인으로서

사도와 싸운다는 것이 이상한거다. 더군다나 처음으로 동류라고 느낀 아야나미 레이의 강인함을 보며

나름 자신을 채찍질하지만 사실 자신과 레이를 비교해야만 했다는 것 자체도 일반인에겐 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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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1분 기다림.

 

결국 신지는 한사람의 몫을 해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에겐 상처투성이 뿐.

현실을 향해 한발짝 나아간 신지가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사실 신지의 이런 행동은 우리 사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사회구성원으로서 한사람의 몫을 하기위해

'무섭다', '못한다'등의 소리를 했다간 바로 찌질이 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이다.

에바에 타지 않으면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것도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우리가

어떤 지지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현실속이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충분히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고 철저하게 능력위주인 이 현실로 부터 도피하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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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미션 카운트 영상에선 잔혹한천사의 테제와 몇몇 OST들이 어레인지 되어 흐르고 있다.

 

저 석상이 양산형에바였다는 것에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울려퍼지는 Cannon변주곡.

국내팬들에게 있어 에반게리온 극장판의 등장은 사실 소리소문없이 나타났다.

어느날 문구점에 갔더니 듣보잡 양산형 에바의 프라모델이 판매되고 있었고

DEATH&REBIRTH라는 카피자체가 상당히 생소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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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도구가 되느냐 마느냐. 소년은 무척 괴롭다.

 

미사토의 집과 전철역, 학교의 장소는 상당히 친숙하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일상은 거침없이 무차별 파괴되어 가고 끝도없이 막장으로 치닫는 전개에

보는 이들도 무언가 찡함을 느꼈으리라.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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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기 리츠코군.. 정말로 xxxx

 

정말 이곳에 어떤 말이 있었던 것일까.

이런 엄청난 일들이 몇몇 소수인물들의 그릇된 집착에서 비롯되었다는 것과

그것들이 얽혀지는 인물 상성도는 상당한 드라마성이 부여되 있다.

너무 쇼킹했던 극장판. 이 충격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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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이 느껴지는 아스카의 극적인 부활.

 

신지에게 마음을 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남아있는가. 그 차등관계를 따져보면 남은 것은 아스카 뿐이었다.

극장판에 이르러서는 신지가 아스카에게 얼마만큼 의지를 하려는 지 볼 수 있는데.

최후의 최후까지 여전히 겁쟁이 울보였던 신지와 화려한 부활을 이뤄낸 아스카를 비교해 볼 때

재미있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다. 아스카에겐 있지만 신지에게 부족했던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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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게리온의 실시간 시청 세대들은 아마 에바초호기의 폭주장면을 은근히 기대하고 봤을 것이다.

 

25화의 제목은 [Air]. 하늘을 날 수 있는 양산형 에바와 그에 닿으려는 아스카의 몸부림이 안타까웠달까.

에반게리온의 전투장면은 마초적인 맛을 물씬 풍긴다. 기계적 메카닉을 표현하기 보다는 좀더 유기적이고

생체병기에 가까운 로봇을 만들어냈다.

신이 되고 싶어한 인간이 '만들어낸 인간 에바', 신의 자식이라 할 수 있는 사도.

신이라는 존재마저 과학적으로 구속해버린 네르프를 되새겨보면

소년은 이미 신화가 될만한 요소가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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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누구도 바라는 미래가 되지 못한 채로 막장으로 치닫는 클라이막스.

 

극장판 전반에 흐르는 이런 신성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는 쓸쓸함이 되어 돌아온다.

그동안 끝도없이 얽히고 꼬여온 인과율의 결말은 이거다.

진심을,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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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Book이라고 들어 봤을지 모르겠지만 그당시엔 이런 종류의 책이 있었다.

어떤 책인고 하니 작중의 모든 영상을 사진으로 싣고 그 옆에 모든 대사들을

실어버리는 것으로 일종의 콘티를 판촉용으로 만든 듯한 물건이었다.

당시에 이런 자료를 구하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 였는데

The End of Evangelion같은 경우 용산등지에서 이미 물량이 풀려있어

알만한 사람만 아는 물건이 되었다.

사실 나같은 경우도 영상물보다는 Film Book을 먼저 접했고.

이로 인해 어렴풋이 짐작만 해온 극장판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보면 알겠지만 레이의 이런 모습은 상당히 충격이었는데

뭐 요즘표현으로 하자면 네타를 당했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그당시 나는 왜 레이가 이런 모습이 되었고 대채 어떤 스토리일까

하는 망상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세상의 존망을 좌우한 소년의 내면세계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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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는 사실 네르프를 알고 있었지만 유이의 사고때문에 기억을 잃은 상태.

 

4권 이후부터 에반게리온은 코믹북과 애니메이션판의 노선이 조금 갈리게 되었다.

뭐 신지가 제3신도쿄시에 오기전까지 선생님과 살았다는 것 외에는 대부분이 불명확하지만

과거의 기억을 보나 성장과정을 보나 제3신도쿄시에 오고 나서 생긴 해프닝들을 보나

충분히 눈에서 물이 나올만큼 불쌍한 녀석임은 확실하다.

솔직히 이정도나 되는 일련의 사건을 겪었는데도 정신이 붕괴되지 않는 쪽이 더 이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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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인류의 멸망신.

 

진화가 멈춰버린 인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몇십억년 이상을 감수할 제레라는 조직도 대단하지만

이 장면이야 말로 에반게리온 통틀어 가장 큰 주제인 '고독'이라는 감정이 최고조에 달하는 부분이 아닐지.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서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다.. 정말 말그대로 고독을 화면에 잘 담아낸 부분이다. 마음이 무지 착찹해지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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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년의 소망이 인류의 대변인이 되어 버린다.

 

겐도에 의하면 다른사람에겐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사실 겐도는 신지에게 있어 가혹한 아버지였고 신지에게 상처를 입히는 짓을 서슴치 않은 냉혈한이었다.

덕분에 신지는 최후의 폭주에서 더이상 상처받는 것이 싫은 상태였고 리리스는 그 소망을 담아

인류의 AT필드를 전부 해제시켜 LCL로 환원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상태로는 무언가가 부족했던 것이다. 아마 신지가 다시 "진심을, 너에게. 그때의 마음은 진짜였다"의

소망을 갖지 않았다면 인류는 영영 LCL상태로 있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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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L은 만물의 근원이자 태초 지구의 바다이다. 지금 다시 모든 생명이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수억년이 지나면 신지의 소망대로 생명체들이 AT필드를 갖게되고 점점 모양을 갖춰갈 것이다.

하지만 결국 AT필드에 의해 서로 상처입고 타인에 의해 괴뤄워 하게 될 것 또한 자명한 사실.

그래서 혼의 루프란인 것이다.

결국 고독이라는 것은 누구나 짊어지는 것이고 누군가를 이해했다는 것은 그렇게 느꼈을 뿐이지

100%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극장판 에반게리온은 TV판 팬들에게 있어서도 상당히 괴로운 작품이었다.

이런 결말은 납득 할 수도 없었을 뿐더라 전혀 즐겁지도 않았다.

오히려 씁쓸함만을 남겨주는 엔딩신은 지금까지도 화자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부분들도 그저 광적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이 작품이 던져준 주제의식은 꽤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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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쨋든 한시대를 풍미하고 지금의 20대 중후반 애니세대가 되게끔 만든 비중있는 작품이다보니

여러가지 이야기 해보고 싶지만 매니아층이 워낙 무서워서ㅋ

사실 에반게리온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오타쿠 소리를 들을정도로 이작품의 깊이는 정말 끝이 없다.

사실 감독자인 안노 히데야키는 그럴 의도도 없었고 서로 아웅다웅하는 팬들한테 냉소나 지으면서

의미따위는 나중에 부여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이런 엄청난 이색작이 전대미문의 컬쳐쇼크를 안겨주었다는 것은 지금봐도 꽤 신기할 따름이다.

결론은 나 역시 이 작품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항상 관련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입장이다 보니

이 작품을 접한지 10년이 훌쩍넘었음에도 신극장판을 기대하고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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