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단일 지적 생명체란 뭐냐 하면 모든 지성을 가진 생명체들의
육체적인 속박을 버리고 '하나'의 지성으로 합쳐진다는 일본 애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랄까. 이 소재를 이용해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에반게리온이었다.

에반게리온 세계에서 인류는 진화를 멈췄다고 판단한
비밀기관 재래가 극비리에 인류를 인공 진화시킨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인 신지는 아버지인 겐도에게 철저히 이용당한 채
결국 인류의 자아격벽인 'AT필드를 전부 붕괴시켜 하나의 생명체로 만든다'는
다소 파격적인 엔딩이 인상깊은 작품.
모든 인류의 존망이 한 정서불안의 소년에게 모든 것이 떠안겨진채로
말그대로 소년이 신화가 되어버린 이 작품의 엔딩에는 수많은 언쟁에 휩쌓였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신지를 비난할 생각은 별로 없는 것이
그런 상황에서 그 정도의 고초(엄밀히 말하면 신지 자신이 먼저 마음을
닫았다기 보다는 주변인물들이 점차 그의 곁을 떠나면서 마음을 닫아갔다.)
를 당한다면 당연한 반응이 아닐까 싶다.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사람은 제기하라.
단지 사람이 마음을 굳게 먹고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리라.
어쩌면 냉혹한 사회에 던져지며 '앞날이 두렵다=찌질이'가 되버린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방영동안 에반게리온과 상당히 비교를 당하는 작품이었는데 역시나
엔딩도 음과 조율이라는 '하나된 세계'를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무한회랑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데..
어쨋든 중요한건 이게 아니고..
사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단일지적체에 대한 소재를 최초로 다룬
애니메이션은 바로 이데온이 아닐까 싶다.
이데온에 내제되어 있는 수수께끼의 에너지 '이데'는 태초의 우주때부터 존재하여 왔으며
수억에 달하는 지적 생명체의 의식의 결집체였기에 이 자체만으로도 단일지적생명체라
불리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솔로쉽과 바프크란의 전쟁이 우주의 존망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격렬해지자 이데는 이들을 사악한 지적생명체라 단정 지으며 끝없는 싸움의 고리로 이들을
몰아넣어간다. 솔직히 말해 이 과정만 놓고 본다면 이데는 극중인물들에게 악마의 화신같은
이미지에 불과하며 그 과정에 바프크란과 지구의 모성이 멸망하는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엔딩에선 결국 이데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우주 그자체를 리셋시켜버리며 '메시아'라 불리는 한 갓난아이를 길잡이로 모든 지적생명체들이
새로운 길을 걷게 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즉 '멸망'과 '신생'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다룬 작품이기에 그 이의가 깊다 하겠다.
마크로스의 최신작인 프론티어에서도 단일 지적 생명체에 대한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적세력으로 등장하는 바쥬라는 지성을 지닌 생명체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들만의 독자적인 네트워크 구성망을 체내에 지닌 탓에 범 은하적인 교감 시스템을 지니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에 퀸이라 불리는 우두머리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큰 두뇌를 지닐 필요가 없었다.
특히나 인공적으로 이러한 네트워크 수술을 받은 임플란트 보유자들은 이것을 이용해 상당한 규모의
네트워크 장악을 꾀했으며 자신들이 상위레벨에 오르는 것으로 바쥬라와 인류의 지배를 꾀하였다는 점이다.
이 역시 육체를 넘어선 정신적 공명이라는 점에서 어떤 의미로는 단일 지적 생명체라 할 수 있겠다.


에우레카 세븐과 그렌라간에서는 '쿠단의 한계'를 다루고 있다. 쿠단의 한계란 한 행성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적 생명체이 어느 한계 총량을 넘어서면 시공이 왜곡된다는 어떠한 가설을
소재로 삼고 있었는데 특히 그렌라간에서는 끝없이 그 총량을 폭주하는 나선족들이 결국
전 우주 규모의 시공붕괴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는 안티 스파이럴이라는 존재가 등장했으며
이들 역시 처음에는 나선족이었으나 이러한 대재앙(스파이럴 네메시스)를 두려워 한 나머지
자신들의 종족들을 전부 단일지적 생명체로 만들어 다른 나선족들을 억압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예전에 어떤 종교적인 책에 대해 읽은 적이 있는데(..라기 보단 오컬트적인 것이었지만)
지적 생명체가 한 단계 진보하기 위해서는 사리욕과 소유욕을 버리고 내것과 니것이 없어져야만
한다는 주장을 펼친 책이었다. 그래야 의식적으로도 공명이 되며 개화가 이뤄질것이라는 이야기였는데..
어떤 의미로는 모든 세상만사가 허구에 불과하니 집념을 버리고 서로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불교적 사상과도
통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어느 순간 일본 로봇물에 이러한 소재가 단골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외계인의 지구침략만으로는 감흥이 없어서...일까나..
Comments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