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고 왔습니다.

아직 근하신년이 밝지도 않았지만 본인의 스케줄 관계 상
12월 26일인 오늘. 해돋이를 보기 위해 여수로 출두.
정말 해돋이 보러 갈 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해 보기가 참 힘들다.

올해도 대충대충 열심히 삽시다.

음. 약간의 여행기를 끄적여 보자면 참 파노라마 틱하면서도 재미는 없는데
25일 저녁 충북 음성(회사)에서 출발하여 서울 독산동의 집에 도착.
다음날 10시에 대전 가는 고속버스에 올라탔다.(친구가 대전 사람)
약 2시쯤에 친구와 대전 유성에서 쪼인. 서대전 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여수역으로 향했다.
서대전에서 여수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3시간 40여분-_-;;

현장에 도착하여 보니 거의 밤 10시가 다 되어 갔다-_-;;;
나는 향일암이 돌산대교에서 얼마 멀지 않다는 큰 착각을 했었다..
실제로 택시를 타고 가니 요금이 2만원을 훌쩍 넘더군.. 알고 보니 이곳이 여수의 최남단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저녁밥을 먹기 위해 야심한 밤에 식당들을 싸돌아댕겨봤지만
저녁식사가 되는 곳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
아. 참고로 이곳은 정말 별이 엄청 많이 떠있다. 살다살다 이렇게 별 많은 하늘은 처음이었던 듯.
별똥별 떨어지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정말 우주 한복판에 온 기분이었다.)

겨우겨우 민박집을 구해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밥은 역시 전라도가 맛있지.
돌산이 갓김치로 유명하다 보니 소주도 정말 잘 받더라.
술잔을 더 기울이고 싶었지만 해돋이를 보려면 일찍 자야하므로 적당히(?) 마시고 드러누웠다..
그러나 문제는 민박집;; 수도가 얼어서 그런지 보일러는 쌩쌩 돌지만 방이 전혀 따뜻하지 않았다..
나는 목도리+잠바를 전부 걸치고서야 그제서야 잠이 들었는데 티셔츠 한장 달랑 입은 친구는
바들바들 떨면서 자더라..

장승 표정은 훈훈한데 내 표정이 썩은 것에 대해선 양해를 바란다.
장승이 참 현대적으로 생겼다.
이상하게 나는 사진만 찍으면 왜이리 표정이 썩지??
원래 그렇지만.ㅋ

참고로 오늘의 일출 시간은 7시 45분이었다-_-;
우리는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새벽5시부터 '해 보러 가야된다!!'며 칼기상..
정말 미친듯이 기다렸다-_-; (2시간 기다렸다.. 다른 데 추운건 모르겠는데 발이 정말 미치도록 시렸다.)

일출을 볼때마다 느끼는점.. 해가 곧 뜰듯 하면서도 참 안뜬다..
사람 간질간질 하게 만드는 답답한 진행(?)이 묘미인데..
우리는 2시간 동안 이 허허절벽 위에서 '좀 있음 뜰 것 같다.. 좀 있음 뜰 것 같다..'를 얘기했지만..
이게 왠걸-_-; 2시간 뒤에나 떳으니.. 쩝..쩝..

갑자기 7시 무렵되자 우루루 나타나는 사람들. 아니 어제 밤에 안보이더니 다들 어디 계셨던 건가-_-;;
다행히 우리는 2시간(ㅜㅜ)이나 먼저 와 있기에 좋은 포지션을 잡을 수 있었다.
이때부터 저 수평선 너머에 뭔가가 번쩍 하는 것이 보이기 시작!!
정말 현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CG같은 영상이(..) 눈앞에..

드디어 떴다..ㅜ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아마 그 자리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사람은 우리 두사람이 아닐지..;
(추위, 화장실, 흡연욕구를 참으며...)

일출은 뜨기 까지 상당한 로딩시간이 필요하지만 막상 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육안으로도 그 이동속도가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정말 1초가 다르게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아.. 힘들었다.. 이제 내려가자고..
올해 소원? 그딴거 없다.

어제 밤 늦게 도착해서 잘 몰랐는데 이곳도 꽤 볼만한 경치를 자랑했다.
피곤함은 금새 잊고 이곳저곳 둘러 보기 시작했는데.
크으~ 역시 여행은 좋구만..

승리의 포즈.. 라기엔 조금 어설펐군..
잘 보면 알겠지만 나는 꽤나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귀도리는 오버였나; 하지만 귀도리가 얼마나 따신지..)

찍고 보니 합성같은..

어제 저녁엔 황량하던 이곳이 해가 뜨니 정말 미친듯이 분주하더군..
덕분에 이집저집에서 갓김치도 얻어먹고..

8시간 걸어다닌 뒤 술먹고 밤새고 추위에 떨었더니 좀 쩔어줬다.
이제 또 장장 6시간이 넘는 귀환길에 올라야 한다.. 젭라..
여수는 kfx가 없었군..

놀땐 놀때 지금은 지금.
아 해 잘 봤다. 여수 좋은 동네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