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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최종화에서 마리나가 '어떤짓'을 하더라도 히로인 등극은 존나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세츠나와 마리나의 어떤 관계인가?'라는 질문에 '건담과 공기의 관계'라는 답변이 지배적이었고,
오프닝에서 세츠나의 손을 잡은 여성의 손은 사실 건담의 손이었다는 둥, 마리나는 히로인 사칭죄다 등등 온갖 굴육을 맛봐왔다.
개인적으로도 마지막에 '납치'를 당한다던지 전화에 휘말린다던지 볼모로 잡혀 백마탄 세츠나가 구해주는
진부한 전개도 예상해봤지만 결국 그런 것도 끝끝내 없었고.. 정말 말그대로 철저히 '민간인' 입장에서 전쟁을 구경하는 제3자의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해온 것이다--;
그런데 나는 마리나의 편지에서 작은 감동을 느꼈는데. 바로 '당신의 행복을 찾기 바란다'는 문구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세츠나에게 있어 행복이란 대체 뭘까?? 4쿨ED에서 방긋 웃는 꼬꼬마 세츠나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부분이다.

결국 세츠나에게 마리나는 뭐였던 걸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세츠나에게 있어 마리나는 '돌아가고 싶은 곳'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첫째. 세츠나는 과거에 부모님을 살해한 어두운 과거가 있다. 비록 외부적인 세뇌와 강요가 있었다곤 해도 세츠나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극중에서도 아주 잠깐 언급되지만 녀석은 사실 엄마를 그리워 하고 있다.
식모 이미지의 마리나에게 이끌릴 만한 요지가 충분히 있다 이거다.

둘째. 세츠나는 싸움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도 있다. 극중에선 한.번.도 드러나지 않는 사실이지만 세츠나의 정신력은 이미
상상을 초월한 수준에 이른것으로 보인다. 녀석의 머릿속에는 분쟁근절이라는 단 한가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자리잡고 있으며
일체 주변환경에 의해 이 목표가 흔들린적이 없었던 대단한 녀석이다. 딱 한번 꿈속에서 마리나가 등장했을 때를 제외하면.
그 이후에도 아자디스탄으로 같이 가자는 마리나의 말 한번으로도 흔들렸던 녀석이다.
고향인 크루지스로 돌아가 평화롭게 살길 원했는지도..

셋째. 마리나는 이외로 세츠나의 정곡을 곧잘 찌르곤 했다. 세츠나가 워낙 굳건한 녀석인데다가 본인 자체도 외적인 표현을
일체 하지 않는 녀석이다 보니 사실 세츠나의 진짜 기분이 어떠한지 주변의 그 누구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아니 사실은 세츠나 본인 스스로도 깨닫지 못하는 잠재의식 속에 어떠한 핵심을 놀랄만큼 찝어내곤 했는데 이것이 세츠나에게
'흔들림'을 제공함과 동시에 '동기부여'의 역할도 되었다는 점이다.

... 누가 뭐라 하건간에 마리나는 세츠나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속 고향'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좀 쌩뚱맞지만 에우레카7에서 발췌한 홀랜드의 대사를 잠시 인용하자면
'너는 전에 왜 죽였느냐고 물었지?우리가 그 외에 다른 방법을 모르는 족속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뒤 쌈박질 밖에 모르는 홀랜드에게 서로 이해하는 법을 가르쳐준 랜튼과 에우레카 였다.
사실 이 역할을 사지가 할 줄 알았는데 이 부분에서 만큼은 마리나의 노래가 좀 더 와닿지 않는가?
아이들의 같이 놀러가고 싶은 마음, 순수하게 사과하는 마음이 더 좋다.
어린시절의 세츠나가 겪어보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지.

마리나의 마지막 어구는 결국 세츠나에게 닿지 않은 모양이다.
단지 세츠나는 분쟁근절을 낙으로 삼아(...) 여전히 끝나지 않을 싸움을 계속 하려는 모양.
결국 순수종이라고는 하나 세츠나는 인류를 이끌만한 자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리나는 야망(?)을 넓혀서 중동을 통일시킬지도
많은 아픔과 슬픔을 겪어온 그녀지만 여전히 유리처럼 쉽게 깨질 것 같은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리리나 평화박살양이나 락국수와 달리)
마리나를 향한 세츠나의 진짜 기사노릇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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