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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호구남 김개섬뜩

섬뜩파워 2011. 5. 15. 23:06
약속이라는게 얼마나 파란만장하게 밀릴 수가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얼마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동안 나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던 오오즈카 선생님(나는 오니즈카 선생님이라고 불렀다-_-;)께서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스승의날 특집을 맞이하여 수요일날 북촌을 놀러가서 이래저래 놀기로 약속했는데.


문제는 그 약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거-_-; 수요일날은 친구가 놀러와서 샤미센을 뜯기로 해서 못 가겠다고(ㅋㅋㅋ)

대신 금요일 아침에 만나서 자기집에서 점심을 만들어 먹자고 하기에 그러자고 화답했다.(예상메뉴는 냉면).

그런데 갑자기 우체국에 짐을 부쳐야 되는데 뭔가 잘못되서 다시 부쳐야된다고 오전은 힘들것 같고 오후에는 '정모양'이라는

제3자와 같이 만나서 셋이서 같이 점심밥을 먹으면 어떠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러세요'그랬고.


그런데 갑자기.. 약속 전날 밤 전화가 오더니 사실 큰 서점에 가서 어떤 책을 사야하니깐 집에서 놀긴 힘들고 괜찮은 서점이

있으면 거기로 데려다 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알았어염'했다. 그리곤 정모양에겐 자기가 바빠서 연락을 못했으니

내가 대신 해주면 안되겠냐고 하셔서 그 듣보잡 정모양의 번호를 득해서 문자를 보냈다.


'내일 선생님하고 같이 보게 될 사람이예요~^^'라고 보냈다.. 원래는 더 상세하게 써서 보내야했지만 80바이트밖에 못쓰는

문자서비스의 천태만상때문에 간단하게 써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더니 답장은 '그래서요?"가 왔고

솔직히 좀 띠꺼웠지만ㅋㅋ '선생님이 바쁘셔서 연락을 못 드리셨는데 저희가 따로따로 찾아가면 샘한테 좀 폐가 될 것 같으니

같이 만나서 갑시다ㅋ' 라고 최대한 신경 안 긁을 수 있게 보냈다.

그랬더니 답장은 '전 그런 얘기 못 들었고 내일 점심때 보기로 했는데요?' 이쯤되니까 솔찍히 이 정모양이라는 사람을 썩 보고

싶지가 않았다ㅋㅋ 선생님이 말하길 정말 착하고 귀여운 얘라고, 만나면 분명히 친해질거라고 했지만 어딜봐서??ㅋㅋ

'어쨋든 내일뵈요~' 시간이랑 장소 알려주는 내용을 보내놓고서 난 잠을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샘한테서 한통의 문자가 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점심에 만나는건 너무 빠른것 같고 오후3시쯤에

만나는게 어떻겠냐고. 흠.. 이쯤되니 그냥 만나지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지 말까요 했더니.. 그건 또 안된다네-_ㅜㅋㅋ

하긴 이제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찰나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닌것 같군..

참고로 이 선생님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몰라서 우체국에서 어리버리를 좀 깐 듯 싶었다.

이게 약속시간을 늦춘 이유인데 내가 보다못해 찾아가서 도와주겠다고 했다. 무거운 짐들도 꽤 많은것 같았고.

당연한 얘기지만 선생님은 거절을 하셨지 ㅋㅋ 난 부탁을 거절하는 사람에게는 다시 안 권한다ㅋㅋㅋ

기껏 신경써주는 사람의 선의를 쉽게 물거품으로 만드는 사람은 그 손해를 좀 느껴봐야함ㅋㅋ


여기서 끝이 아니고 약속시간은 결국 6시로 늦춰졌다. 게다가 그 문제의 정모양은 결국 연락이 두절되었고

약속 한시간 전에는 아예 전원을 꺼버렸더군..이뭐병 ㅋㅋㅋㅋ 어차피 나랑 상관없는 사람이니 관심 끄고,

만나는 장소는 광화문으로 정해졌다. 그 근처에 교보문고도 있으니 마침 잘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갑자기 또 다른 제3자의 등장; 선생님이 일본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선생님과 무지 친한 여학생이 한걸음에 달려왔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시키지도 않은 뮤지컬 티켓을 구매해서 왔다.

(당연히 나는 계산밖이었기 때문에 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ㅋㅋㅋㅋ)


공연 시작시간이 8시.. 이 뉴페이스 제3자는 6시반에 출두했으므로 사실상 선생님하고 놀 수 있는 시간은

나로써는 1시간 30분 정도 밖에 시간이 없는 셈이다. 뭐.. 결국 이렇게 되었군..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냥 밥만 먹고 공연으로 보낼 수 밖에 없겠다 싶다. 원래 광화문과 북촌이 꽤 가까워서 짧은 시간이나마

잠깐 갔다와볼까도 싶었지만 도저히 공연시간에 맞출 수가 없을것 같아 정말 말 그대로 밥만 먹고 헤어졌다ㅋ

기분이 굉장히 허무했지만 뭐 별수도 없으니 밥이나마 맛있게 먹어야지 ㅋ

참치김치비빔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베스트3ㅠㅠ

이 한순간에 기분이 다시 좋아지다니-_-;ㅋㅋㅋ 이제보니까 얼굴에도 다 써있네.

덧붙이자면 샘은 비빔밥에 고추장을 안 넣으신다; 고추장 좀만 드셔도 하앍거리는데..

워..원래 일본 사람들은 매운걸 잘 못먹는걸까..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자기가 가르친 학생중에 가장 귀엽고 착하다고. 이찌방이라고.

보면 한눈에 반할거라고 ㅋㅋㅋ 알고보니 이 사람 엄청난 동안이더군..

뉴페이스는 일본어를 어찌나 잘하던지.. 난 언제쯤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먼산만 쳐다봤다.

마카롱 안 먹어본 사람은 말을 말아요 ㅎㅎ

이렇게 큰 마카롱 본 적 있나; 난 처음봤다 ㅋㅋㅋ 나도 좀 소녀취향인건지-_-;

이런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ㅋㅋ 특히 이거 먹다보면 막 부셔지면서 딸기랑 잼이랑 크림이랑

섞여서 좀 육편같고 잔인해보임 ㅎㅎ 위에 말한 소녀취향은 취소다-_-

뭐 대놓고 얘기하자면 호구짓하다 온 셈인데 결론은 재밌었으니 그걸로 된걸까.
이나라 저나라를 전전긍긍하다가 3년만에 집에 돌아가신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떤식으로 남을지도 알 수가 없지. 설마 '경석이라는 호구가 있었지' 떠올리면
대략 난감하겠지만 말야 ㅋㅋㅋ
웃자고 하는 얘기로 '집에가면 방이 없어져 있을거다', '어머니가 못 알아보실거다' 등등 얘기했지만
선생님 속으로는 '겨우 돌아갈 수 있게 되었군'하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덧붙여 후임으로 들어온 새로운 선생님은 그다지 재미가 없다;
나한테 이런저런 책(아마도 버릴 예정이었던..)을 떠넘기고 갔는데 하나도 모르겠다;
공부할게 참 많아서 큰일이군.. 큰일이야.. 하필 스승의 날 떠나다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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