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여왕

국내에는 은하철도 999로 널리 알려진 마츠모토 레이지.

마츠모토 레이지는 특유의 가느다란 선과 은하사이를 오가는 장대하면서도

서정적인 스토리를 곧잘 만들더라.

마츠모토 레이지 연대기 제 첫번째에 해당하는 것이 본작인 천년여왕.

시간순으로 나열하자면

천년여왕>우주교향시 메텔(은하철도999 외전)>내청춘의 알카디아호(캡틴하록 외전)>은하철도999 TV판

>은하철도999 극장판>캡틴 하록의 순서로 되어 있으니 생각보다 상당히 장대하다.

은하철도999를 본 사람들은 기계여왕 '프로메슘'의 본성이자 우주를 방랑하는

행성 '라메텔'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라메텔이 과거 대재앙으로 인해 극심한 겨울이 오게 되었고

결국 지도자인 '라레라'의 선포에 의해 기나긴 겨울잠 체제로 돌입한 것.

라메텔에 봄이 오는 시기는 지구에 근접하는 천년주기로, 시기가 오면 천년여왕을 지구로 파견해

지구의 역사를 뒤안길에서 지배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말 이시대가 1999년이란 말인가;; 하긴 마징가나 다이탄3의 미래도 80년대 후반이었지..

천년만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라메텔의 백성들.

이런 반복현상을 무려 수백번이나 해온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영원한 봄.

라메탈에 봄이 오는 것에도 영겁의 세월이 있었듯이 그동안 지구를 다스려온 천년여왕도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모든 천년여왕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닌듯.

지구에 너무 정들어 버린 여왕들도 있었던 것이다.

1999년 갑자기 궤도를 변경한 라메텔 덕분에 멸망의 위기에 처한 지구.

라메텔은 지구보다 9배나 거대한 행성이었다.

천년여왕은 고향의 갑작스런 지구공격에 몹시 가슴아파 하는데.

이 사람들이 역대의 천년 여왕들이라고 한다; 뭐 다 비슷비슷하게 생기긴 했지만..

이외로 마츠모토 레이지가 만들어낸 여성캐릭터 중에선 굉장히 이색적인 캐릭터들도 많다.

그.. 캡틴 하록의 외전이면서 게임으로도 나왔었는데.. 그 흰머리에 성격 잔인한.. 누구더라;; 기억이..

...어쨋든 꽤나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당신이 후에 기계여왕이 되는 프로메슘 맞나요???

이때까지는 뭐 착하기 그지없군;; 사실 천년여왕이 메텔과 동일인물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내가 볼때는 프로메슘일 확률이 더 높아보인다.. 약혼자 건도 있고.

1세대 프로메슘으로 추측되는 라레라. 아무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사악해 지는 것이 이 집안 전통인가 보다;

프로메슘도 천년여왕때는 착했는데.. 은하철도999에서 보여준 그 기계여왕의 모습이란..

지구인들을 라메텔로 내몰고 봄을 영원히 빼앗는 것을 계획한다.

헉.. 쿠우? Qoo? 김 뺀 환타 쿠우?

프로메슘에겐 두 딸이 있었다. 한명이 메텔이었고 한명이 에메랄더스.

잘들 알고 있겠지만 메텔은 은하철도999의 히로인이고 에메랄더스는 캡틴 하록의 히로인이다.

그런데 세렌과 천년여왕이 이들과 너무 닮아서 메텔 아니냐? 라는 의혹이 나온듯..

이녀석.. 성우가 무려 '아무로 레이'와 동일인물이다..

이 작품이 나온지 30년 가까이나 지났음에도 건담 더블오에서 '리본즈'를 연기하는 이 성우..

어쩜 근 30년동안 목소리가 이렇게 안 변할 수 있는 건지..

결국 라메탈과 지구 사이에 다리가 놓이게 되고 역대 천년여왕들은 이 사태를 대비해 왔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바로 아메리카 대륙보다 더 큰 방주를 땅속에 묻어놓고 있었던 것이다-_-;;

천년여왕 전반에 걸쳐 지구는 괴멸적인 타격을 입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거의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뭐 후속작들인 다른 작품들을 보면 알겠지만 지구인들은 이후에도 꿋꿋이 살아남는다.. 다만 프로메슘의

지배를 받고 있는 모양이지만..

뭐 은하철도999가 우주를 여행하며 간간히 따뜻한 에피소드를 전해주는 작품이었다~ 라고 기억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사실 초반부와 후반부는 기계제국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완전 액션물이었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을 보면 이런 거대전함에 의한 함대전들도 간간히 볼 수 있다. 은하철도 시리즈야

열차니까.. 그렇다치지만..

천년을 기다려온 사랑도 다 부질 없는 것이었다.

천년여왕이 왜 프로메슘이 되고 철이의 어머니를 박제하게 되고..

자신들의 백성들을 기계화 시키는지에 대한 떡밥..으로는 조금 부족하지만..

메텔이든 에메랄더스던 가슴 따뜻한 순수하고 착한 어린이 찾아 삼만리는 이미 천년여왕때 부터 시작된 것인가.

나중에 환생하면 그런 사람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역시 피는 못속이는 건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품들이 의도적으로 연대기를 짝지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부분에서

묘하게 크로스오버되고 있으므로 각각의 세계관을 연관시키는 것이 이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물론 뒤죽박죽인 부분도 없잖아 있지만 철이의 아버지가 하록과 알던 사이라던지.. 프로메슘과 메텔이

천년여왕이었다던지.. 하는 것들을 일일이 생각해보면 꽤나 거대한 스케일이 숨이 턱 막힐 것이다..

이 엄청난 우주 대서사시를 보며.. 그 모든 시작은 천년여왕에 있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