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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기억을 더듬어 보면 90년대 초반에는 마우스로 뭔가 게임을 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나에게 있어 마우스란 그저 동급생(..)같은 게임을 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고
그당시 마우스로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봐야 스키 게임(윈도우3.0 내장게임)이라던지,
니드 포 스피드2 등등이 있었지만 그 쓰임새도 단순히 방향키를 대신하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었다.
당연히 키보드로 조작하는 것보다 조작감이 훨씬 구렸고 그당시 마우스는 지금같지 좋지도 않았으니까..

한가지 개인적인 사례를 들자면 미국식RPG인 '지혜의 땅'이라는 게임이 있었는데(울티마와 같은 장르였다.)
각각 파티원들의 행동을 일일이 마우스로 지정해줘야 했었다.
마우스에 익숙하지 않았던 그당시 친구들은 '더럽게 짜증난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가 뭐였냐면 '안그래도 바빠죽겠는데 언제 일일이 마우스를 클릭하느냐'였다..
그 정도로 그때에는 마우스+키보드 조작은 '복잡하고 어려움'의 이미지가 있었음..
그나마 스타의 등장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키보드와 병행하는 것에 조금 익숙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스타가 처음 나왔을때는 대부분의 친구들이 모든 조작을 마우스로만
실행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리 키보드or온리 마우스에서 얼마나 벗어나지 못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웃기기도-_-;
(실제로 어택땅을 찍기 위해선 키보드를 한번 쳐다보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상황이 변했다.
그당시 우리는 퀘이크나 언리얼같은 게임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몇몇 친구들은 통신대전으로 밤을 새는 일이 많아졌다.
나 역시 흐름에 따르기 위해(..) 퀘이크를 덥석 구입.
이시키들 다 죽었어를 외치고 싶었지만 도저히 두가지 일(키보드와 마우스를
따로 움직이는 것)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던 것이다-_-;
그당시 내 고질병은 내가 오른쪽으로 가면 마우스도 덩달아 오른쪽으로 갔고
움직이는 도중에 조준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겐 사실상 불가능..
그래서 나는 총을 한번 쏘기 위해선 그자리에 멈춰서야 할 정도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도 '한게임'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fps를 접하면서
개쳐발리기 시작했고 친구들은 나를 허접이라 불렀다.
사실 본인이 pc게임에서 콘솔게임으로 테크를 옮겨타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때였다. 역시 나는 패드와 한몸 되어 비비고 연타하는게 더 체질이었던 듯.
(그리고 누워서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위 사진의 mdk는 원래 바이오하자드처럼 자동록온이어서 대충 어림잡아서 총을 쏘면
알아서 적들이 맞아줬지만 2편부터는 마우스로 적을 직접 조준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도 엄청난 발전이다. 지금은 적어도 원하는 부위를 때릴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나는 좀비가 튀어나오면 조준이고 뭐고
냅다 클릭하기 바빴다.

더군다나 이제는 fps멀티를 뛸 정도로 성장한 나(;) 스스로 축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지금도 나는 특정 포인트에 빠르게 커서를 갖다대는 것은 능숙하지 않고 상대방의 움직임이
현란할수록 내 생존율을 상당히 희박해진다. 아직까진 패드가 더 익숙하고 뭔가 커맨드를
입력하는 것에 더 자신있지만 지금은 당연하다는 듯이 마우스를 컨트롤 하기 시작했다.
사실 저 위에 쓴 글들은 90년 이후 생들은 거의 공감을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실은 내 친구들은 저 당시 마우스 쑥맥이었던 자기자식도 기억하지 못한다.)
어쨋든 저런 과도기가 있었다는 것.. 지금은 전략시뮬레이션이나 fps같이 고도의 마우스 조작을
요구하는 게임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접해온 세대들은 나같은 불쌍한 사람도 있었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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